내게 무해한 사람 도서를 읽고 책의 줄거리, 저자소개, 느낀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내게 무해한 사람>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은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잊고 있던 어떤 풍경을 우리 앞에 선명히 비추는, 한 시기에 우리를 지배했던 그런 노래 같은 소설들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 도서의 줄거리
한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을 거라고, 진희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여기며 그 사실에 안도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문장은 이 안도와 행복이 얼마나 허약하고 오만한 인식 위에 세워진 것인지 드러내며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다. “미주의 행복은 진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그 시절 행복할 수 있었던 건 상대의 고통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자각.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인물의 목소리가 쓸쓸하게 들리다가도, 돌연 자기 자신을 몰아치듯 엄정한 태도를 획득하게 되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즉 최은영의 소설에서 인물들이 과거를 불러내는 건 단순히 아름답던 그 시절을 추억하기 위함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 어떤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다. 지난 시절을 낭만화하지도, 자기 자신을 손쉽게 용서하지도 않아야 도달할 수 있는 이 깨달음은 이번 소설집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소설집의 문을 여는 「그 여름」은 사랑에 빠지기 전의 삶이 가난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대에게 몰두했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과 위선으로 이별하게 된 지난 시절을 뼈아프게 되돌아보고, 「모래로 지은 집」의 화자는 이십대의 한 시절을 공유했지만 끝내 멀어져간 이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단순히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 것이 아니라고, 그 헤어짐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그러나 이런 자각 앞에서도 우리는 끝내 따스함을 느끼고 위로를 건네받게 되는데, 그건 우리 모두 한 번은 어설프고 위태로웠던 그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미숙함 탓에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사람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는 것을, ‘나를 세상에 매달려 있게 해준다는 안심을 주는 존재’ 역시 그 시절 그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 도서의 저자소개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장편소설 『밝은 밤』, 짧은 소설 『애쓰지 않아도』가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제5회, 제8회,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내게 무해한 사람 도서의 느낀점
이번 소설집의 제목인 ‘내게 무해한 사람’은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고백」)라는 문장에서 비롯되었다. 고등학생 때 만나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내밀한 감정을 공유하며 가까워진 미주와 진희. 미주는 진희가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기 때문에 자신을 포함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고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었다. 내가 경험하는 사랑과 내가 감동받은 모든 것들의 파장 안에 친구들이 있었다. 이십대의 우정을 떠올리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 그런 적이 있었어,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게도 된다. 반대급부로 오해나 몰이해, 어긋남이 주는 고통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누린 만큼 상실은 아팠다. 그 찬란하던 , 때로 처절하던 시절의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 눈물, 웃음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이렇게 떡하니 중년의 아줌마만 남아 있는 걸까. 나는 아직도 나의 늙음과 화해하지 못한다. 해사한, 투명한, 때로 아팠던 시간들은 언제나 그렇게 거기에 고여 있다. 다시 스무 살의 그 철없던 때로 돌아갈 것 같고, 얼척없던 '나'는 언젠가는 꼭 돌아오고야 말 것만 같다. 그 때의 시간들은 질감도 양감도 지금과는 달라 더 진하고 더 무겁고 더 절절해서 스스로를 지워버릴 방도가 없으니까.최은영의 소설들을 읽으며 그 때의 나를 다시 떠올릴 수 있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울적해지기도 하고 청승맞아지기도 했다. 생생하고 결이 곱고 예쁘지만 허하지 않은 그녀의 이십대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내려와 앉을 때마다 놀라기도 했다. 아, 언어란 정말 놀랍구나. 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기억들, 말로 옮기지 못한 정서들을 그녀의 예리한 시선과 묘사는 적확하게 포착하고 있었다. 일곱 편의 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한결 같이 청춘이다. 그 지나치게 열중했던 관계들이 시간과 함께 풍화되어 가는 과정은 저마다의 상실로 내면화되지만 현재의 삶 속에 가라앉아 어떻게든 그들의 인생에 기여했으므로 헛되지 않다. <모래로 지은 집>은 최은영이 자주 취하는 세 친구의 구도 속에 우정의 균형이 흔들리고 남녀 간의 애정이 끼어들 때 필연적로 가지고 들어올 수밖에 없는 갈등과 상처의 침투를 잔잔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 기대어 완전한 이해와 소통과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은 언제나 얼마쯤 부족하고 어긋날 수밖에 없는 바람이다. 이제는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PC통신을 통해 별칭으로 서로를 부르고 그 이미지와 기대 안에서 어긋나는 현실의 모습에 순간순간 아연해지는 청춘들의 모습이 아프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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